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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29 22:00
아르마딜로? 모딜리아니!

일산에 있는 아람미술관에서 열린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열정, 천재를 그리다)'에 다녀왔다. 그림에 문외한이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가 제일 재밌다'는 헛된-_-신념으로 여기저기 미술관에 다녀보고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헷갈렸다.

작가 이름이 '아마데오 모딜리아니'여서 인지 '아르마딜로'와는 어찌된 관계인지 의구심이 든 것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인지 말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덴마크우유팩...거기 보면 그의 작품이 있다....문화강국 대한민국-_-^

[얘가 아르마딜로^^; 참 고놈 튼튼하게 생겼다. 출처는 네이버~]

['어깨를 드러낸 잔 에뷔테른'. 1919년.캔버스에 유채]

우선 모딜리아니(이하 모디)와 잔느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시회라 의미가 컸다. 예술적 동반자로 또 삶의 동반자로 살아온 그들이 남겨놓은 '결과'는 그야말로 예술의 향기를 충분히 발산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예술이란 것에 대한 회의도 생겼다. 많은 예술가가 그렇듯 불행하게, 너무도 처절하게 그 둘이 생을 마감한 것은 '예술에 속지 말자'는 경계심 마저 불러 일으켰다. 'what is love, and art?'

그렇다고 해서 전시회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말할 것 같다. 미술전시회가 거의 그렇지만 미술작품 전반에 대한 일말의 스키마가 없다면, 어쩌면 '이해'란 거짓일 지도 모르겠다. 無에서 작품을 봐야하는 데 작품을 보며 자꾸 그 내막(?)을 껴 맞추려는 경향이 생긴다.

하지만 한가지. 색감이 미끄러지듯이(?) 다가왔다. 고흐의 강렬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뭐랄까...이런 표현이 적절할 지는 모르겠으나 '명품'색감이었다. 대량생산되어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그런 명품말고,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명품 중의 명품'말이다. 이런 색감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을 활용한 'Modi'라는 이름의 의류나 기타 관련 제품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소시민인 우리가 쳐다보지도 못할 그런 류는 아니다. 그의 데셍 작품은 '예술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전시관 밖에 설치된 어린 학생들의 모방 그림은 거의 다 얼추 모디 수준이었다 ㅎㅎ

전시회 리플렛에 나온 것처럼 "천국에서도 당신의 모델이 되어드릴게요"라는 말. 한 사람에게 있어 그런 동반자를 만난 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 죽음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사랑밖에 없다. 정말 사랑 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평범해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 세상의 모든 아픔과 사랑을 우주만큼 깊게 떠 안고 느끼는 예술가들이 아니라서 말이다. 이런 가벼운 감상평이 내가 '한없이 자유로운 나'라는 것을 알게 한다. 예술가를 '이용'하는 나도 예술가다 훗훗.